산이 깊고 시원한 휴양지도 숨어 있는 ‘필리핀의 여름 수도’라고 불리는 바기오(Baguio)는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자리한 도시로, 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 18~20도의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필리핀 특유의 무더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더운 필리핀에서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게 되는데요.

특히,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베트남 여행 중 다녀왔던 달랏(Da Lat)이 떠오를 정도로, 산악지대 특유의 상쾌함과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바기오는 단순히 휴양지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이곳에는 필리핀 국립대학교(UP), 필리핀 사관학교, 바기오 대학교 같은 명문 대학교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국제 학교도 여러 곳 있어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덕분에 어학연수를 위해 바기오를 찾는 한국 학생들도 많습니다.

바기오의 40만 명 정도 인구 중 상당수가 학생들로, 도시 전체가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자랑합니다.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에너지는 그 자체로 바기오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죠. 교육 도시이자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이곳을 특별히 관리하고 있어 치안이 매우 우수합니다. 이런 안전한 환경 덕분에 바기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여행지로 꼽히고 있습니다.

바기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는 번햄 공원(Burnham Park)입니다. 미국 건축가 다니엘 허드슨 번햄< 동상 사진>의 이름을 딴 이 공원은 대형 인공 호수를 비롯해 아름다운 정원, 피크닉 장소 등 다양한 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번햄 공원은 낮과 밤이 모두 매력적인 잠들지 않는 공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번햄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밤 열리는 활기찬 야시장입니다. 저녁 9시부터 시작되는 야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꽃, 수공예품, 기념품, 저렴한 의류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상점들이 줄지어 열립니다.

 ▲라 트리니다드 딸기 농장

바기오의 특산물인 딸기는 이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딸기로 만든 잼, 타르트,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가공품은 물론, 신선한 딸기도 맛볼 수 있어,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죠.

또한, 바기오에서 또 다른 필수 방문지는 캠프 존 헤이(Camp John Hay)입니다. 옛 미군 기지를 활용해 조성된 이곳은 바기오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처로, 주말이면 피크닉을 즐기거나 BBQ 파티를 하는 가족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승마와 자전거, 미니 골프, 카트장 등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캠프 존 헤이 한편에는 바기오의 고급 빌라촌도 자리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바기오의 번햄 공원과 캠프 존 헤이, 이 두 곳은 바기오의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여행 코스입니다.

바기오는 필리핀의 숨겨진 보석 같은 도시로,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손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이 도시를 ‘소나무의 도시’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기오 전역에 우뚝 솟은 소나무들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인 세션 로드(Session Road)는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늘어선 카페, 상점, 레스토랑들로 가득해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입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상쾌한 공기와 끝없이 펼쳐진 녹지가 반겨주는 마인즈 뷰 파크(Mines View Park)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광산 마을인 이토곤과 주변 산세를 감상할 수 있어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공원 입구에서는 다양한 허브 모종과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자리하고, 전망대에서는 원주민 복장을 빌려 사진을 찍는 이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죠.

바기오에서 원주민 문화를 보고 싶다면 탐아완 마을(Tam-Awan Village)을 추천합니다. 이곳은 ‘하늘의 정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코르디예라 부족의 전통적인 건축물을 재현한 곳입니다. 탐아완 마을에서는 소박한 전통 공연과 예술품 전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이들의 순수한 춤사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또한, 바기오에는 밸리 오브 컬러(Valley of Colors)라는 독특한 벽화 마을도 있습니다.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이 마을은 언덕을 따라 알록달록 색칠된 작은 집들이 모여 있으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마을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포토 스팟에서 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며, 여유가 된다면 발리니 강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를 건너 마을 내부를 탐험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파른 경사면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벽화 마을 꼭대기에 올라서면, 집집마다 널어놓은 빨래와 들꽃이 피어있는 담장 사이로 바기오 시내와 건너편의 벽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바기오는 그 자체로 자연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져 있어 한 번 다녀가면 잊기 힘든 감동을 선사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