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2023-10-19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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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에 회칼 샀다”는데 ‘보복살인’ 아니다?
내용

 

지난 7월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인천 논현동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故 이은총 씨는 지난 2월 옛 연인 설 모 씨에게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하게 폭행 당한 후, 4개월 동안 지속적인 스토킹에 시달렸습니다.

지난 6월 설 씨가 스토킹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에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 때 이 씨는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았지만, 이후 '설 씨와 한 달 동안 마주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납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나흘 만에 설 씨에 살해 당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설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가법상 보복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본 겁니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복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 공소장에도 설 씨가 흉기를 구입한 시점이나 동기 등 보복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설 씨의 범행을 '보복 살인'이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 초기 진술엔 "현행범 체포에 화가 나 칼 샀다"

 



 

이탄희 국회 법제사법위원(더불어민주당)은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설 씨의 진술을 공개했습니다.

설 씨는 경찰·검찰 조사에서 범행 도구로 쓴 '회칼'을 산 이유에 대해, "스토킹 신고로 현행범 체포가 돼 화가 나서 칼을 구입했다", "스토킹 범죄 때문에 회사에서 피해자-가해자 분리조치가 돼서 분노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설 씨는 이후에 "보복 목적이 아니었다"고 진술을 바꿨지만, 초기 진술에서는 이러한 언급이 분명히 있었던 거로 보입니다.

특히 의원실에 따르면, 설 씨는 지난 6월 스토킹 신고로 현행범 체포가 됐다가 4시간여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난 직후에 범행 도구를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공소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의원실 측은 "수사 기관이 보복 범죄 입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스마트 워치 반납한 날부터 '다시 시작된 스토킹'

 

 

지난 7월 13일 이 씨는 경찰에 스마트워치를 반납했습니다. 유족들은 "경찰이 집에 찾아와 '한 달 동안 마주치지 않았으면 (스마트워치 반납 기한) 연기가 안 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던 바로 그 날 부터 설 씨의 스토킹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 의원은 " 스마트워치가 반납된 7월 13일부터 나흘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를 매일 새벽에 찾아갔다. 그리고 5일째에 죽였다"며 "스토킹 범죄 신고 이후 살인 범죄까지 시간적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유족들은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 했습니다.

법적으로 스토킹 범죄 신고 이후 살인 범죄까지의 '연속성'이 드러나면, 보복 범죄가 입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6월 초'까지 이 씨가 입었던 스토킹과 폭행 피해를 '살해 사건' 수사에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씨가 생전에 이 부분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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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연 (he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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