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일본 가고시마현 남서쪽 바다에서 북상 중이다. 태풍 영향권에 든 지역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신칸센 일부 노선은 운행이 중단됐고 항공기 결항도 잇따랐다. 일본 당국은 카눈의 이동 속도가 느려 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주민 수십만명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9일 NHK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Pa), 최대 순간 풍속 초속 40m로 가고시마현 야쿠시마의 서북서 110㎞ 부근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 이동 속도는 시속 15㎞로 평균 태풍의 절반 수준이다. 초속 2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폭풍역에 든 가고시마현에서는 이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40.3m로 관측됐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느려 같은 지역에 계속 비를 뿌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미야자키현 일부 지역에는 이날까지 6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평년 8월 강수량을 웃돌았다.

폭우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기상청은 특히 카눈이 규슈 서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10일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적란운이 선 모양으로 이어지는 '선상 강수대'가 발생해 집중 호우 피해를 더욱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10일 아침까지 24시간 동안 규슈 남부와 북부, 시코쿠의 예상 강수량은 300㎜다. NHK는 "서일본과 동일본에는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에서는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규슈 전력에 따르면 가고시마현 내 9510가구, 미야자키현 내 1403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다.

JR서일본은 카눈 북상에 따라 이날 밤 10시 30분 이후 히로시마역을 출발하는 하행선에 대한 신칸센 운행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날 규슈 공항을 오가는 항공편도 300편 이상 결항했다.

일본 당국은 태풍 피해를 우려해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를 내렸다. 가고시마현 내 30만여명, 구마모토현 내 2만여명이 그 대상이다.

카눈은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 정중앙을 관통할 것으로 보인다. 상륙 시 태풍 강도는 '강', 강풍반경은 약 310㎞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행정안전부는 전날 오후 5시 태풍에 따른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3단계를 가동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