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전 속 美 이어 EU도 필리핀과 관계 개선 모색…FTA 협상 재개키로(브뤼셀·서울=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이도연 기자 = 필리핀을 찾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1일(현지시간) 중국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미중간 신냉전 기류 속에 미국에 이어 EU도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꾀하며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은 이날 필리핀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회동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무력 사용은 우크라이나에서도, 인도태평양 역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EU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그는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면서 "이것이 우리가 인도태평양 역내의 긴장 고조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필리핀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관한 2016년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지지한다고 재확인했다. 당시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해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을 제소했으며, 재판소는 중국의 이런 입장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는 같은 날 마닐라 경제포럼에서는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무력시위는 필리핀과 역내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과는 안보, 무역 등 다방면 협력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가 (지리적으로) 누가 이웃 국가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누구와 일을 하고, 어떤 조건으로 할지는 직접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리핀이 니켈의 90%를 중국에 수출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이후 교착 상태인 EU-필리핀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재개할 방침이라고 이날 공식화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EU와 필리핀 간 외교, 무역, 안보 등 전반적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양측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EU 입장에서는 그간 필리핀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악화한 관계를 개선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전임자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 재임 기간 필리핀은 '마약과의 전쟁'으로 불리는 무리한 유혈 소탕전을 벌이면서 서방으로부터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서방이 최근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행보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필리핀은 최근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미국에 추가로 제공하고 지난 4월에는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도 했다. 지난달에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 필리핀이 첫 해상 훈련을 펼쳤다. 이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필리핀 현 정부의 친미 행보를 경계하고 있다. dylee@yna.co.kr |